범죄자들과 그들이 저지른 범죄 내용을 이야기하다 보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듣는 사람의 정신도 피폐해진다는 깨달음이다. 범죄심리학이 전공이고 범죄에 대해 연구하는 필자도 범죄 내용을 알게 되는 것이 스트레스인데, 일반 시청자들은 어떨까? 반두라의 사회학습이론은 보상과 처벌이 직접 주어지는 학습 이외에도 타인에게 주어지는 보상과 처벌을 보기만 해도 학습이 이루어진다고 보고한다. 이런 원리를 고려했을 때 범죄로 인한 재판결과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범죄 내용이 적나라하게 보도되는 현 상황은 과연 일반시민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혹시 타인의 폭발적인 공격성을 관람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 것은 아닐까? 카타르시스까지는 아니더라도 내용을 보고 그대로 따라하는 모방학습을 야기하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은 이 같은 현 상황이 정상이 아니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차라리 범죄발생의 기제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몰이해에 기인한 무분별한 환호를 막을 수 있는 한 가지 대안이라고 생각해 본다. 가능한 학계에서 검증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여 범죄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을 막아 보고자 한다. 범죄의 심리학적 기제뿐 아니라 발생실태 및 형사정책적 대안까지 소개해 보다 비판적이며 포괄적으로 개별 범죄를 다루려고 노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