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는 태어나서 그 부모와 교감하며 ‘나’라는 정체성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한다. 자라면서 친척, 친구,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새로이 발견하고 그들의 모습에 자신을 비춰 보며 ‘나’의 뿌리를 단단하게 굳혀 나간다. ‘나’에 대한 지식과 믿음이 부족해서 그 뿌리가 약할 때 사람들과 세상사에 흔들리고 마음의 병이 생기기 쉬운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삶 자체는 ‘나’를 형성하는 토대가 되는 타인의 존재와 그들과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자신에 대한 지식과 믿음이 없는 사람, 중요한 초기 관계가 원만하지 않아서 마음에 깊은 병이 든 사람, 관계를 어떻게 맺어야 할지 몰라서 자녀·부부·이웃·직장 등에서 문제가 생긴 사람, 인생 중반까지는 그럭저럭 남과 비슷하게 살아왔지만 노년에 이르러 자기 혼자 많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난감한 사람 등 상담 장면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문제는 ‘관계’가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런 사람들이 관계 맺는 법을 직접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곳이 바로 집단상담 혹은 집단치료 장면이다. 특히 집단미술치료는 자신을 깊이 성찰할 수 있는 개인미술 작업과 관계 속의 자신을 탐구해 볼 수 있는 집단미술 작업을 함께할 수 있어서 그 이점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리브만(Liebmann)은 오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400개에 가까운 미술 활동부터 미술치료와 집단작업, 집단 운영 방법과 발생할 수 있는 문제, 구체적인 사례, 매체의 특징까지 수많은 사항을 자상하고 세밀하게 짚어 주고 있다. 특히 이 책의 초판부터 개정판에 이르기까지 20년 넘게 기울인 정성과 열정, 미술치료사로서의 솔직함 등이 매우 인상 깊다. 미술치료에 대한 깊은 애정과 헌신이 없고서는 만들어질 수 없었던 이 귀한 책을 우리나라 독자에게 소개할 수 있어서 기쁘다. 아울러, 이 책에 수록된 미술 활동을 스스로에게 혹은 내담자에게 실시하는 분들이 있다면 무엇보다 잃은 것과 얻지 못한 것에 대한 상실감과 분노보다 현재 가지고 있는 것을 감사하게 여기는 행복한 삶을 선택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