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윌버(Ken Wilber)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개된 지 벌써 30년이 지났다. 그동안 국내에 소개된 책들만도 『무경계』 『켄 윌버의 통합비전』 『켄 윌버의 ILP』 『켄 윌버의 일기』 『감각과 영혼의 만남』 『모든 것의 역사』 『통합심리학』 『아이 투 아이』 『의식의 스펙트럼』 『에덴을 넘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기』 등 10여 권에 이른다. 인류 역사를 통해 면면히 내려오는 인간 의식에 대한 동서양의 탐구를 매우 포괄적으로 종합하면서 영원의 철학이라는 전근대의 유산과 경험주의, 합리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근대의 과학 및 탈근대와 문화적 상호주관성을 통합하고자 하는 그의 거대담론적 시도가 신선한 충격과 함께 이 시대 한국인의 의식을 자극하고 마음을 사로잡고 있음을 보여 주는 뚜렷한 증거일 것이다.
윌버-Ⅳ 시기에 해당하는 1997년, 샴발라에서 출판된 『아이 오브 스피릿』은 내용이 새롭게 추가되어 2001년 제3판으로 거듭났다. 윌버는 『아이 오브 스피릿(The Eye of Spirit)』이 그의 전체 저술 중에서도 중요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책은 (제4기 모델이라고도 부르는) 그의 가장 최근 모델이자 ‘개정된’ 모델을 최초로 심리학, 예술과 문학 그리고 영성 등과 같은 특정 분야에 적용하고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제3판에서는 제12장 ‘파동, 지류, 상태, 자기’가 추가되었는데, 여기에서는 윌버가 말하는 자기(self) 또는 자기 시스템(self-system)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 자신의 심리학 모델인 『통합심리학』을 개요 형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 역서는 제3판을 완역한 것이다.
이 책은 윌버가 자신의 통합적 접근을 인간 지식의 여러 분야(심리학, 문학, 예술, 영성, 인류학, 문화 연구, 생태학, 페미니즘, 종교학)에 적용하려 시도했던 에세이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그런 점에서 독자들은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각 장을 별도로 읽어도 무방할 것이다. 실제로 윌버는 각 장에서 제시된 주제에 맞추어 자신의 통합이론을 적용하면서 이론의 주요 키워드를 각각의 맥락에 따라 다양한 각도에서 설명하고 있다. 그의 키워드를 좇아 읽어가다 보면 그가 제시하고 있는 통합이론의 큰 그림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