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심리학의 구체적 탐구 절차가 아닌 탐구를 통해 얻게 된 통찰과 시사점을 정리해야 되기에 우선 실험 방법론에 대한 논의를 특별히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최소화하고, 차이를 과감히 무시하였다. 여러 다른 이론이나 설명의 차이를 논리적으로 따지기보다는 설명의 공통점으로 통합하려고 했다. 아울러 언어심리학에서 다루는 여러 다양한 연구 주제들도 과감히 생략하였고(앞에서 예로 든 도치 어순의 효과도 제외하였다!) 그야말로 대표성을 갖는다고 판단되는 한두 연구만을 포함시켰다. 물론 필자의 독자적인 결정이기에 같은 분야를 연구하는 다른 언어심리학도는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단지 ‘명쾌함을 공유’하기 위해서! 하지만 이 ‘명쾌함’을 얻으려고 하다 보니 과도하게 현상을 단순화하고 일반화하는 우를 범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명쾌함’의 다른 얼굴이 ‘무모함’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필을 하며 가상의 독자를 앞에 놓고 어떤 내용을, 어떤 순서로 어떻게 제시하며 언어심리학 탐구의 재미를 전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였다. 사실 필자에게도 언어심리학 강의는 쉽지가 않다. 수강생들이 인지심리학에 관한 기본 지식, 즉 지각이나 기억 과정, 사고와 표상에 관한 지식을 갖고 있어야 여러 언어 심리 주제에 관한 설명이 쉬운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고, 더욱이 언어학의 여러 용어나 기본 개념을 사용해야 되기에 이를 미리 설명하다 보니 수강생들은 지루해지기 십상이다. 그러다 보니 여러 내용을 과감히 줄여야 한다는 생각과 그래도 이 내용은 언급해야 한다는 생각 간의 갈등이 이 책의 집필 과정이었다. 그래서 직관적으로 의미 있는 의사소통이라는 언어 사용의 맥락부터 시작해 설명하고 이를 출발점으로 덩이글, 문장, 단어의 역순서를 취하였다. 이에 대해서는 1장에서 부연 설명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