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역서 『예술, 디자인 그리고 인문학도를 위한 지각심리학』은 이런 점에서 기존의 지각심리학 교재와 성격이 많이 다르다. 이 책은 몇 가지 점에서 특별하다. 첫째로, 이 책은 디자인학부 교수가 저술한 지각심리학 책이다. 따라서 지각심리학의 논의의 초점이 지각의 기제와 원리에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니라, 지각심리학적 지식이 어떻게 디자인과 예술에 응용될 수 있는지에 관심을 갖고 기술된 책이다. 그런 점에서 본 역서는 기존의 지각심리학 책을 어렵게 느끼는 비전공자들이 지각심리학에 입문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응용 사례를 기술하고 있기 때문에 지각심리학적 지식들이 실제 장면에서 어떻게 응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많은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로, 이 책은 기존의 지각심리학 책에서 등한시되고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우선 이 책에서는 시각과 청각은 물론 후각과 미각 그리고 촉각과 평형감각들을 상세히 다루고 있다. 이와 같은 주제들은 최근에 정보처리 기술의 발달로 매우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다양한 정보처리기기에서 인간 친화적인 디자인을 구현하는 데 중요한 이론적 기초를 제공할 수 있다. 촉각과 평형감각에 대한 연구는 스마트폰, 원격제어장치 그리고 가상공간에서의 적응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유익한 통찰을 제공하고, 특히 감성 기반 디자인의 개발에도 매우 유익한 지침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로, 이 책은 문화인지적 관점에서 지각을 논의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기존의 지각심리학은 과학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지각의 심리적인 메커니즘을 밝히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인간의 지각적 특성이 일상생활에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이들이 디자인, 건축, 예술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는 별다른 설명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 이 책은 지각에 대한 자연과학적 연구 성과를 철학적 그리고 인문학적 관점과 연결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빛이라는 지각 대상을 논의함에 있어서, 빛의 물리적 자극 특성과 이들이 처리되는 생리학적 메커니즘에 국한하지 않고, 빛이 지니고 있는 상징적인 의미를 포함해서 빛이 활성화하고, 기분을 변화시키는 그리고 서로 소통하게 하는 지각의 문화인지적 측면들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