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와 학생의 교육사회학적 만남은 다양한 사회적 현상으로 나타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재수, 사교육비, 비인간화교육, 조기교육, 기러기아빠, 교육자살, 학교폭력, 교육양극화, 죽음의 트라이앵글, 스펙 관리, 학력 세습화 등의 현상도 교사와 학생의 만남이 파생한 사회적 부산물이다. 이런 현상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오늘날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오래전에 그 싹이 틔워져 있었다. 우리의 교육문제는 그 뿌리가 매우 단단하고 깊다.
그래서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한국교육의 사회적 문제들은 그 해결이 쉽지 않다. 역대 정부는 많은 노력을 했지만 한국교육은 어떤 틈도 허락하지 않은 거만한 요새와 같다. 많은 위정자들은 교육 수입품을 가지고 해결하려고 노력했지만, 오히려 역사적으로 교육적 상황만 악화시켰다. 그 피해는 우리의 어린 학생들에게 돌아갔다. 한국교육이 단순한 상대였다면, 오래전에 해결됐을 것이다. 한국의 교육정책은 정치적으로 국민을 현혹시키기 위해, 기본적인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출발한 경우가 많다.
한국교육의 모든 사회적 문제는 역사적으로 강화된 학력(벌)주의가 파생한 그림자에 불과하다. 학력(벌)주의의 이면에는 사회적 출세주의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학력(벌) 출세주의는 한국교육에 깊은 상처를 내고 있다. 학력(벌)은 우리를 괴롭히는 사회적 차별의 계급적 작용을 한다. 자연히 학력(벌)은 사회적 주홍글씨가 되어 우리의 가슴속에 깊이 새겨져 있다. 학력의 주홍글씨로 인해 학부모들은 엄청난 교육적 희생을 감수하고, 학생들은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를 유예시키면서 살인적인 학업 일정을 마친다.
우리의 교육현실은 녹록치 않다. 적어도 지금까지 학력(벌)주의 영향은 우리 사회에 매우 현실적으로 미치고 있다. 안타깝게도 그 해결책은 아직도 요원하다. 그러나 한국교육을 해결하기에 앞서 한국교육에 대한 토착적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한국교육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문제 해결의 명확한 실마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모든 해결책이 그렇듯이 언제나 첫걸음이 필요하다. 한국교육에 대한 이해의 첫걸음은 지금은 해결하기에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우리의 교육적 짐을 가볍게 하는 희미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