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story)’는 인간의 상호작용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시간과 공간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말을 통해 우리의 생각과 경험을 전달할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이러한 특징은 우리가 간접 경험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이고, 학습을 단축시키며,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일체감을 느끼도록 한다. 즉,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정체성을 만들어 나가고 수시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야기에 대한 분석과 이해는 개인과 그 개인이 속한 사회의 참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창구를 마련하는 것과 같다.
    같은 맥락에서, 이야기를 사회과학 연구의 수단이자 대상으로 삼는 것 또한 인간 대상 연구에서 중요한 접근방법이다. 이때 자료로서 활용 가능한 형태의 이야기, 즉 ‘내러티브(narrative)’가 연구의 중심이 된다. 또한 ‘내러티브 탐구(narrative inquiry)’는 수집한 내러티브 자료를 통해 연구대상인 제보자의 독특한 체험과 그 안에 녹아 있는 삶의 방식, 세계관 그리고 내부자적 논리를 파악해 나가는 일련의 연구과정이다. 아울러 면담과정에서 제보자 자신이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방식도 연구의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다.
    이야기는 인류 역사와 함께해 왔지만 사회과학 연구에서 인간의 사고와 행위에 초점을 맞춘 질적 연구의 한 형태로 체계를 갖추어 내러티브를 다루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내러티브 탐구는 지난 20년간 다양한 학문 영역에서 급속도로 확산된 질적 연구의 주목받는 한 형태로, 오늘날 다양한 연구자는 필요에 따라 조금씩 다른 의도와 목적을 위해 내러티브 탐구를 사용하고 있으며, 질적 글쓰기의 자유롭고 창조적인 특성에 힘입어 내러티브의 활용은 보다 다양한 실험적인 시도로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내러티브가 연구의 대상이나 수단으로서 귀중하고 요긴하다는 설득력 있는 주장은 많이 발견되지만, 정작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총체적인 설명을 해 주는 서적은 드물다. 따라서 내러티브 연구에 관심이 있거나 자신의 연구에 활용할 생각이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은 기존의 내러티브에 대한 여러 가지 설명과 활용방법을 명쾌하게 제시해 준다. 즉, 이 책은 연구자들이 내러티브 탐구에 대해 궁금해 하는 부분들을 짚어 주고, 이와 관련된 혼란이나 오해를 불식시키며, 비단 내러티브를 활용한 연구뿐 아니라 질적 연구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도 좋은 지침서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