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의 임무는 정신적 고통에 빠진 환자를 돕는 일이다. 그러나 그 고통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하면 고통의 악순환에 빠져 헤어 나오기 어렵다. 그래서 그가 살아온 삶의 역사를 재정리할 필요가 생기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나 분석가라는 직업이 타인의 삶을 구석구석 뒤져서 온갖 허물과 결함을 찾아내는 일임은 자타가 공인하는 바다. 그러나 그런 작업은 단순히 흠집을 내기 위한 불순한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환자의 갈등을 해결하고 고통을 덜어 주는 동시에 심리적 성장을 돕기 위함이다.
여기서 다루고자 하는 인물들의 대다수는 인류 역사에 그 이름이 분명히 남겨진 인물들이다. 이들은 인류가 원하든 원치 않든 제각기 다른 분야에서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사람들이지만, 자세히 알고 보면 이들 가운데 갈등을 겪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믿는다. 오히려 그들은 누구보다 더욱 강렬한 욕망과 환상, 그리고 현실적 한계 사이에서 고통스런 갈등으로 정신적인 방황을 거듭했던 인물들이다. 물론 그중에는 예술적 거장들과 사상가도 있고, 성자나 혁명가도 있으며, 두 번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잔혹한 인물도 일부 끼어 있다.
정신분석적 평전은 단순한 전기의 차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 개인의 삶을 심리발달 차원에서 그리고 내적 갈등 차원에서 새롭게 조명하는 동시에 재해석하는 작업이다. 물론 그런 작업은 나름대로의 한계를 지닌 것도 사실이며, 또한 모든 평가와 기록이 진실 그 자체를 나타낸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분석적 접근방식 역시 부분적인 진실만을 밝혀내는 작업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개인적 갈등 및 내면세계에 초점을 맞춘 접근방식이기 때문에 자칫 오해의 소지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유아적 단계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그야말로 보다 성숙한 열린 마음의 자세로 이 글을 읽어 주면 고맙겠다.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스캔들이라는 말도 있지만, 아픔을 먹고 자란 나무일수록 더욱 강하게 살아갈 수 있듯이 우리 모두의 성장을 위해 분석적 해석에 한번쯤 귀 기울여 보는 것도 시야의 폭을 넓히는 데 작은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