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이라는 씨실과, 치료라는 날실을 엮어 만드는 미술치료에서 어떤 미술의 방법과 어떤 치료의 목표를 세워야 할지 계획하고 결정하는 일은 치료사가 만나게 되는 아이를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장애가 있는 아이와 함께하는 미술치료는 크게 두 가지의 목표를 가질 수 있다. 하나는 발달을 촉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장애 특성으로 인한 다양한 심리적·정서적·행동적 문제를 소거하는 것이다. 이런 목표를 위해 구체적인 기법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은 아이가 미술작업을 할 준비가 어느 정도 되어 있는가다. 이 책에서는 치료사가 만나게 되는 아이의 인지, 언어, 정서, 표현 수준을 반영하기 위해 하나의 주제로 적용할 수 있는 기법을 단계적으로 나누어 1단계, 2단계, 3단계로 구성한다. 1단계는 기법의 목표에서 가장 처음 경험하고 탐색할 수 있는 단계이고, 단계가 올라가면서 매체나 표현방법을 다양하게 응용하고 자신에게 적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기능 수준이 변화된다.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만날 때 마음에 상처가 생긴 어린 시절을 탐색해 보는 작업은 필수적이다. 장애가 있는 아이를 만날 때도 더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야 될 때가 있다. 얼마나 어린 시절로 가야 할까. 아이는 발달의 계단을 쌓아 올라가며 성장한다. 이 계단은 감각, 지각, 인지의 구조로 되어 있다. 감각의 문제는 감각 경험에 의해서만 회복되고 완성이 된다. 지각은 보거나 듣는 것 등의 감각자료를 뇌에서 판별하고 해석, 조직화하는 활동으로 시지각, 청지각 등의 능력은 매우 중요한 발달 과업이다. 인지는 언어 개념을 형성하고 학습의 기초를 구성한다. 장애가 있는 아이에게는 엉성하게 쌓여서 제대로 딛지 못하는 계단으로 내려가 구멍 난 부분을 채우며 차곡차곡 쌓아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아이는 자신의 마당에서 어떤 성장의 계단을 쌓아 가고 있을까. 치료사는 아이의 계단을 살펴보기 위해서 발달과 장애를 이해하는 특별한 능력이 필요하다.
이 기법들은 장애영역별 특성에 맞추어 고안한 내용이지만 주제, 목표, 매체 등을 고려하여 다른 장애영역의 아동이나 비장애아동, 청소년이나 성인을 대상으로 적용할 수 있다. 또한 개별미술치료뿐 아니라 집단미술치료로도 적용할 수 있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아이의 마당을 탐험하며 성장의 계단을 함께 쌓아 가고 아이를 돕는 데 소풍 도시락처럼 좋은 동반자가 되어 주기를 바란다. 또한 이 책에서 소개한 기법이 치료를 만드는 레시피라고 한다면, 치료사마다 자신이 만나는 아이만을 위한 특별한 요리를 만들어 나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