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의 폭넓고 심오한 사상을 한 줄로 꿰는 일은 이만저만한 어려움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2천5백 년 전의 중국 고대 사상에서 피어난 공자의 사상을 오늘날 우리의 언어로 바꾸는 일도 그렇거니와 그 넓고 깊은 사상에서 서로 섞일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가리어, 이들을 한 줄로 꿸 수 있도록 다듬는 일 또한 곤혹스러운 일이다. 독자들 또한 여간한 인내심이 없다면 이 자질구레한 철학적 사변을 거쳐, 보이지 않는 그 끝에 이르기가 참으로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공자사상을 그런대로 편안한 세상 만들기에 맞추어 한 가닥으로 늘여 놓은 그 가느다란 줄을 놓지만 않는다면, 아슬아슬한 곡예 끝에, 결국 이르고자 하는 곳에 이르는 즐거움을 누릴 수도 있을 것이다.
   공자는 춘추시대의 그 난세를 구하기 위해서 어떤 생각을 했는가. 예를 전하려고 정치에 뛰어든 공자를 그렇게도 신랄하게 나무란 노자는, 공자의 예에 배어 있는 인위와 언어의 혹세를 탓하며, 푸른 소를 타고 함곡관으로 들어가 무위와 더불어 살면서 세상에는 다시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공자는 그런 노자를 뒤로하고 정치적 난세와 그 인위의 질곡 속에 머물기를 택했다. 그리고 난세에서 자신의 근본적 고뇌에 몰입했다. 그런대로 편안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도 여기에 있다. 공자가 겪은 그 고뇌를 잠시나마 나누어 가지고 싶었던 것이다. 선의식이 서지 않아 국가적, 사회적 패륜을 서슴지 않는 난신적자와 사고의 논리가 왜곡된 채 광란의 이념놀이에서 춤추는 현세의 사문난적이 마치 2천5백 년 전 공자시대의 그들과 조금도 다름이 없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