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서를 통한 진술분석 작업은 그저 한 편의 글을 읽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진술인과 끊임없는 대화하는 과정이다. 그 과정을 통해 진술인이 말하고 싶었으나 말할 수 없었던 그 무엇을 찾아 나가는 작업이다. 진술에 남겨진 자국과 편린에 대해 구도자의 심정으로 그 의미와 이유를 묻고 따지는 지난한 작업을 통해 혹시라도 있을 새로운 치욕을 막고, 정의와 진실을 밝히는 사실인정의 시작이자 끝이다.

이 책에서 사용한 분석기법은 진술분석의 여러 기법 가운데 수사의 초동 단계부터 재판 단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는 과학적 내용분석(SCAN: Scientific Content Analysis)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고갱이에 해당하는 ‘기억의 전진법칙’과 ‘암초효과’는 기존의 SCAN에는 없는 개념으로서, 필자가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진술분석을 도입한 이후 연구와 강의를 병행하면서 그 핵심 내용을 효과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직접 고안한 것이다. 이는 실제 사건의 분석에서 아주 강력하고 유용한 수단으로 쓰일 수 있음을 날이 갈수록 실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