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의 삶과 사상을 바탕으로 탄생한 상담의 이름을 ‘무애상담’으로 선정했다. 모든 것에 열리고 모든 것을 포용하는 ‘하나 되는 마음’을 주장하는 이론가이면서 그 무엇에도 걸리지 않는 거침없는 ‘무애행’을 실천한 원효를 한마디로 가장 잘 대표할 수 있는 용어가 ‘무애’다. 의식과 무의식을 아우르며 존재 전체에 전혀 막히고 걸릴 것이 없는 대자유를 향유한다는 의미의 ‘무애’는 원효를 가장 잘 드러낼 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지향해야 할 좋은 삶의 원형으로서 넘치는 가치가 있다. 원효의 삶과 철학에 뿌리를 둔 상담을 무애상담이라고 부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무애상담은 마음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고, 마음에 무엇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덜어 내려고 한다. 그러니까 무엇인가를 더 추가하고 다듬고 세련되게 하는 ‘플러스’ 상담이 아니라 원래의 모습을 회복하기 위하여 줄이고 제거하고 소멸시키는 ‘마이너스’ 상담이다. 이런 점에서 무애상담은 기존의 서양상담과 뚜렷한 차이가 있다. 그동안 동양상담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 개념을 탐색해 왔는데, 이들은 모두 ‘마이너스’ 상담이라는 개념으로 수렴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마이너스’ 상담은 동양상담을 대표할 뿐 아니라 서양상담까지도 포용하는 상담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을 필요가 있다. 서양상담이 봉착한 철학적·방법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무애상담은 이제 새롭게 시작하는 상담이다. 이 책이 계기가 되어 앞으로 무애상담의 원리와 철학 그리고 방법과 전략들이 더 탐구되어야 할 것이다. 제아무리 좋은 지식이 있어도 삶의 현장에 적용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실천 활동인 상담에서는 더욱 그렇다. 따라서 무애상담의 이론적 탐색과 병행하여 실천적 연구가 뒤따라야 한다. 원효의 위대한 사상 그리고 그에게서 비롯된 무애상담이 활성화됨으로써 고통에서 해방되어 평안하고 자유로운 삶을 누리기 원하는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