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학생들이 강의실을 떠나 독한 최루탄의 매연 속에서 시위를 하던 어려운 시절에 교수로서 어떤 연구를 할 수 있을까를 고심하면서 엮은 것이다. 교육심리학자로서 당시 나의 주된 관심은 열띤 정치적 자유라기보다는 우리 자신, 즉 인간에 관한 것이었다.
삶과 죽음에서 삶을 택했다면 나머지는 그 방식뿐이다. 심리학에서 인간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려는 목적으로 도입한 개념이 행동이다. 그렇다면 과학이 요구하는 인과관계의 내규 안에서 행동의 자유가 어떻게 성립할 수 있을까? 어떤 부류의 자유가 가능할까? 그들은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가? 나의 이 저서는 그런 의문을 가진 독자와 대화하고 교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차례에서 볼 수 있듯이 1부는 인식의 문제, 2부는 실존과 공존, 그리고 3부는 행동의 자유를 다루었다. 시대의 제약을 받지 않는 주제와 내용이기 때문에 개정판에서 굳이 초본을 수정하거나 보완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만 요즘의 젊은 한글세대의 독자를 위해서 한문자를 국문자로 바꾸는 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