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언어병리학 분야는 지난 20여 년간 엄청난 양적 성장을 이루어 왔고, 많은 사람이 좀 더 쉽게 언어 평가와 치료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언어치료사가 제대로 된 진단 및 평가를 고민하지 않는다면 이런 양적 성장이 오히려 불행이 될 수 있다. 진단 및 평가란 임상가와 대상자의 상호관계라는 맥락에서 행해지는 하나의 과정이다. 이 과정은 흥미롭고도 도전적이며 특이하게도 과학과 예술이 조합된 것이다. 진단가는 검사의 점수가 합격점 이상인지를 알아보는 것뿐만 아니라 의사소통장애가 대상자의 삶에 미치는 실제적인 영향을 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임상가는 대상자 개개인의 상황을 고려하여 점수와 측정 결과를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대부분의 의사소통장애가 대상자의 삶에 기능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기초선 평가와 평가의 지속적인 특성(기초선 자료 수집, 치료 진전 모니터링, 훈련을 통한 일반화 성취 여부 판단, 대상자의 생활 의사소통 측면에서의 기능적 개선 보고의 전 과정)을 강조한다. 또한 시중의 표준화된 공식 검사가 심리측정 측면에서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 소위 등가 연령이라고 하는 표준점수가 통계적으로 얼마나 위험한지, 우리가 표준화된 검사로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얼마나 일상적으로 행하고 있는지 조목조목 지적한다.
    이 책은 언어병리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앞으로 자신이 언어치료 기술자가 아닌 언어치료 ‘전문가’가 되기 위하여 무엇을 준비하고 어떠한 고민을 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알려 준다. 뿐만 아니라 임상 현장에 있는 언어치료전문가와 임상실습을 지도하는 감독자에게도 실제적인 도움이 준다. 정작 중요한 것은 검사 결과로 얻은 점수가 아니라 검사 과정에서 파악되는 대상자의 실질적인 의사소통 능력으로, 전문가라면 자연스럽고 다양한 상황에서의 의사소통 능력과 그 기능상의 결과를 분석하고, 여러 정보를 통합하여 임상적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은 임상 경험이 있는 독자들에게 그동안 자신이 해 온 진단 과정을 되돌아보고 간과해 온 중요한 사실들을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