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의 ‘흥미’와 ‘놀이’를 중심으로 ‘발달에 적합한’ ‘발현적 유아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이 유아교육의 핵심이라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그럼에도 교사는 자유선택활동시간에 유아가 놀이하는 것을 보면서 “참 재미있는 생각을 했구나.” “무엇을 만들었니?” 이상의 대화를 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최신의 이론을 기반으로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이 개정되어도 교사는 그것을 그들만의 리그에 속한 학술용어라고 이해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수업에 적용할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교육과정을 직접 읽고 해석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교사는 ‘재미있는 활동’을 하는 것에 전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그 활동을 통해 유아가 발달시켜야 하는 핵심 개념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따라서 재미있는 활동을 열심히 한 후에 교사가 유아의 발달이나 학습 정도를 평가해야 할 때는 매우 어려워하거나 유아교육은 경험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논리로 책무성을 회피한다.
물론 교사가 이러한 어려움을 겪는 데는 직전교육이 가지고 있는 문제도 한몫을 한다. 교사는 직전교육에서 유아언어, 유아사회, 유아수학, 유아과학, 유아음악, 유아미술 등의 교과에 기반을 둔 수업을 받지만, 현장에서 이를 통합하여 놀이로 풀어내는 것은 온전히 그들 개인의 몫으로 남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역자들에게도 오랫동안 숙제로 남아 있던 것이다. 이 책을 처음으로 접했을 때는 표준 혹은 교과라는 용어로 인해 번역을 하는 것이 과연 적절할지 망설여졌다. 교과라는 용어가 주는 선입견 때문에 초등학교에서 가르치는 교과서의 내용을 유치원으로 내리려는 시도가 담긴 것이라는 오해가 있을 수도 있다는 염려가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자들이 함께 책을 읽으며 토론을 하는 과정에서 그러한 염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오히려 이 책은 구체적인 사례와 전략을 들어 교사가 교과내용에 대한 유창성을 가질 수만 있다면 유아의 놀이와 흥미를 최대한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책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표준, 교과, 학습이라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지만 이 책을 번역하기로 한 원래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이러한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번역의 어려움을 겪은 것은 이 책에서 저자들이 강조하고 있는 핵심 교수전략 용어였다. 저자들은 교사가 발현적 교육과정과 교과내용을 연계할 때 씨딩(seeding, 환경 구성해 주기), 피딩(feeing, 정보, 어휘 또는 활동 제공해 주기), 리딩(leading, 발전되거나 관련 있는 개념으로 확장 혹은 연계해 주기)의 세 단계를 거칠 것을 제안한다. 역자들은 이 세 단어가 가지고 있는 핵심 의미를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직역을 해 보기도 하고, 의역을 해 보기도 하고, 문장으로 만들어 보기도 하였지만 최종적으로는 원어를 그대로 쓰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앞으로 이 책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가 잘 전달되어 보충 설명 없이도 이 세 단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 그때는 이 세 단어에 적절한 우리말을 찾으려는 노력을 필히 해야 할 것이다. 아쉽지만 이번 번역서에서는 이 작업은 숙제로 남기고 마무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