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교수의 과학성은 증가한 반면 가르침의 권위는 약화되었다. 고도 정보사회의 기술적 조건은 교수의 효율성을 증가시켰지만, 타락한 사회와 왜곡된 교육문화는 가르치는 사람의 권위를 얕잡아 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어느덧 가르치기의 어려움이 임계치에 달한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르침이야말로 모든 교육행위의 현상학적 근원임은 자명하다.
본질적으로 가르침은 성과 지향적인 교육적 의도와 조직이다. 이는 학교라는 조직과 교재라는 형식을 매개로 하여 이루어지며 부수적으로 가르치는 자의 인격이 동반된다. 한마디로 가르침은 인적, 물적 자원이 융합(convergence)되는 종합예술인 셈이다. 그렇다면 가르침은 기술(skill)인가, 아니면 예술(art)인가?
가르침은 기술이면서 동시에 예술인 인간적 융합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대교육은 교수의 테크네(techne)에 따른 학습 성과를 교수행위의 수월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로 여기고 있다. 그리하여 잘 가르치는 교사란 ‘탁월한 성과를 거둔 학습자를 얼마나 배출했는가?’의 관점에서 논의된다. 이 경우 교사의 인성과 품성을 기반으로 하는 현상학적-인본적 교수행위는 철저히 소외되고 만다.
가르침에 대한 기술과학적 논의는 부단히 이루어졌다. 그러나 가르침에 대한 현상학적 조망은 드물게 이루어진 것이 사실이다. 가르침의 교육현상학적 인식 관심은 가르침의 원형, 형식, 전개, 문제 등을 전체적으로 고찰하는 탐구양식에서 비롯된다.
이 책은 이러한 가르침에 대한 교육학적 인식 관심을 바탕으로 해석학적-현상학적 연구방법을 통해 가르침의 본연성을 살펴보는 데 그 의의를 두고 있다.